top of page

생존기간

1697년 ~ 1900년

<조선> 숙종 23년 ~ <대한제국> 고종 37년

" 나라의 운수가 다하여 조선이 혼란에 빠졌으나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사옵니다. "

혜명은 조선의 한 여인으로써 근세 후반~근대 시대를 살아가다 자결한 비극적인 인물이다. 신분제 사회가 존재했던 조선시대에서 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할 터, 그러나 저항을 하기란 쉽지 않았었다. 평안도 주민이었던 추혜명은 19세기 초에 일어난 홍경래의 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동참을 했으나, 실패로 끝나 석방하여 이후 나라에 대한 반감은 나날이 깊어져갔다. 그리고 계속되는 일본의 침략에 조선의 운수가 다 하여 망국에 이를 것을 예지하였으나 사람들은 믿지 않고 그녀를 비난할 뿐이었다. 자기 혼자서라도 천민의 삶을 개척하고 신분제 폐지를 위해 저항하려 했으나 여성의 삶이 열악한 조선시대에서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0년간의 투쟁 끝에 점차 심각해지는 조선의 상황은 아무리 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많은 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쇠퇴하기만 하는 국가를 보면서 한탄과 함께 그녀는 자결했다.

 

 추혜명은 남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그저 200년 남짓 나라를 위해 맞선 것뿐이었다. 물론 흔적은 지워지고 그 어느 곳에도 그녀의 업적은 남아있지 않다.

◀ 평안도

선시대에는 백성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천민 이하의 신분에다가 여성이라면 그 차별은 극심했다. 추혜명은 그중 한 명으로써 적극적이고 온화한 면을 가졌다. 배우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했으나 그 특권은 남성들에게만 주어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운명은 그녀를 더 옥죄게 만들었다. 같은 조선의 백성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이상하게도 마치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취급을 했다. 그녀, 그리고 그녀와 같은 처지에 놓인 백성들을.

그녀는 어느 날 통고문을 읽었다. 과거시험 관련 통고문이었다. 누군가가 직접 필기한 그 통고문은, 일상에서의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매정한 것이었다.

"같은 조선의 국민인데, 어찌 이렇게 다른 삶을 사는 겁니까? ...전 이 세계 사람이 아니었군요. 부당함을 느끼는 사람이 과연 저 말고도 없겠습니까. "

 

그리고 지속되는 침략에 그녀는 몸과 정신이 피폐해져갔고 이 땅을 밟을 이유가 없어 간직했던 통고문을 쥐고 절벽에서 투신을 하게 된다. 미래의 후손들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성별과 처지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동등하고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bottom of page